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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 의료윤리…'참 의사' 키우는 해법은?

인문학, 의료윤리…'참 의사' 키우는 해법은?

  • 이은빈 기자 cucici@doctorsnews.co.kr
  • 승인 2012.01.10 1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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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현 교수, 10일 국회 공청회서 제도·법 정비 방안 소개
"의사국시뿐 아니라 전문의시험, 연수교육 포괄해야"

▲ 박재현 경희의대 교수가 공청회에서 의료인 전문직업성을 강화하기 위한 법·제도 정비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지난해 사회를 떠들썩하게 한 의대생 성추행 파문 등으로 의사 윤리교육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성범죄자는 10년 간 의료인으로 종사할 수 없게 하는 법 개정안도 최근 국회를 통과했다.

이러한 움직임과는 별개로, 의료계에서는 직업윤리를 포함한 의료인문학을 보다 체계적으로 발전시키기 위한 제도적 변화를 모색해왔다. 과학적 지식만을 주입하는 현 의대 교육방식으로는 올바른 인재를 양성할 수 없다는 문제의식에서다.

박재현 경희대학교 의학전문대학원 교수는 10일 국회도서관 소회의실에서 열린 ‘의료인 전문직업성 강화와 의료인문학 발전을 위한 공청회’에서 “의사의 전문직업성은 의대 졸업, 면허 취득과 동시에 자동적으로 생기는 것이 아니다”며 전문직업성을 강화하기 위한 제도·법 정비 방안을 소개했다.

박은수 의원실이 주최한 이날 공청회에서 박 교수는 “의학교육에 있어서 인문학은 의료인의 인본주의적 발전을 증진하기 위한 큰 잠재력을 제공하지만, 학생들은 지루하다거나 요점이 없다는 이유로 관심이 없는 경우가 많다”면서 “관련 재정과 전문인력을 확보해 교육과 평가에 반영하는 게 관건”이라고 설명했다.

의료인문학을 교육과 평가에 반영하기 위한 가장 현실적인 방법은 시험과목에 이를 포함시키는 것이다. 이 때 ‘시험’은 의사국시뿐 아니라 전문의시험, 나아가 연수교육을 포괄하는 평생교육으로서의 개념이다.

이를 위해 그는 각 의과대학을 비롯해 대한의사협회와 전문학회, 한국보건의료인국가시험원, 보건복지부 등 유관단체가 관여해 고등교육법 개정을 통한 전문인력 양성에 나서기를 주문했다.

필요한 재원을 조달하는 방식으로는 국민건강증진기금과 의생명과학 R&D 기금의 일정 부분을 활용하거나, ‘의료인 직무윤리 증진을 위한 특별법’ 제정을 통해 마련하는 방법을 고려해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박 교수는 구체적인 사업으로 영화진흥위원회를 모델로 한 ‘(가칭)의료인직무윤리진흥위원회’ 조직을 언급하면서 “보건복지부 소속으로, 연관사업은 의학교육평가원과 같은 기관에 위탁하거나 독립기관을 설립해 운영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견해를 밝혔다.

 

미국·일본 의사국시 윤리 문항 출제…한국은 언제쯤 

그렇다면 ‘좋은 의사’를 양성하기 위해 관련 과목을 국가시험에 반영한 해외사례로는 어떤 게 있을까.

김정아 이화여대 의학전문대학원 연구원은 “미국에서는 의사국시 Step 2에서 ‘의료윤리와 법제’ 과목을 포함시키고 있다”면서 “이 과목에서는 진실 말하기와 프라이버시 문제와 같은 의사-환자 관계와 출생관련 문제, 죽음과 완화의료 등을 다룬다”고 전했다.

일본에서는 의사국시 출제설계표의 18개 필수기본사항 가운데 하나로 환자 인권과 의사 윤리, 죽음과 종말기 케어 등을 다루고 있다. 지난해 국시에는 아래와 같은 문제가 출제되기도 했다.

환자의 권리를 행사하는 것으로 타당한 것은 무엇인가?
a. 입원 중에 무단으로 외박하는 것
b. 시시때때로 병의 상태에 관한 설명을 요구하는 것(O)
c. 진료기록 무단복사
d. 채혈에 실패한 의사에게 화내고 소리 지르는 것
e. 진료 순번을 무시하고 진료실로 들어오는 것

한국에서도 의학교육을 주도하는 인사들의 지속적인 추진 의지와 정치계 호응으로 이 같은 문항을 접하게 될 날이 머지않아 보인다.

토론에 참여한 허윤정 민주통합당 정책위원은 “환자를 사람으로 이해하는 의사들이 키워졌으면 좋겠다는 취지에서 의료인문학에 관한 논의는 적절하다고 본다”면서 “19대 국회에서 필요성을 적극적으로 알려 매년 수천억 원에 달하는 보건의료 R&D 예산 중 일부를 관련 사업을 진행하는 데 쓸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임기영 아주의대 학장은 “의사는 전문직 중에서도 인간의 생활과 가장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의사국시는 물론 모든 전문의 자격시험과 연수교육에 이 과목을 반영해야 할 것”이라며 “지금 우리 의료계에 이것보다 더 중요한 일은 없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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